아이들은 가정에서는 부모님이나 조부모님, 주일학교에서는 — 이름도 성경에서 본 듯한 — 선생님께로부터 성경 이야기를 듣는다. 그러다가 어느 정도 나이가차면 성경 연구에 본격 돌입하게 되는데 워낙 범위가 방대하니 대개는 ‘책(books)’과 ‘장(chapters)’을 미리 정해두고 이를 집중 공략한다. 물론 그러면 심도 있는 학습과 강도 높은 수업은 기대할 수 있겠지만 성인이 되기까지 기억에 남는 부분은 얼마 되지 않을 것이다. 일화 몇 개와 특출한 인물내지는 구절 몇 마디가 전부인 데다, 이제껏 배운 것을 기억나는 대로 적어보라면 ‘두서너 장은 쓸 수 있을지,’ ‘내용은 정확할지’ 확신하기조차 어려울지도 모르겠다.
그렇다면 방대한 지식을 습득했건만 여태 가르치고 연구한 성경이 머릿속에서 자취를 감추는 까닭은 무엇일까? 한 가지 그럴듯한 이유는 시종(始終)을 포괄하는 틀을 갖추지 않은 채 성경을 토막토막 공부했기 때문이다. 구조적인 틀은 어느 정도 강조해야 마땅하다고 생각한다. 틀이 있어야 성경 공부도 할 맛이 나고 기억에도 오래 남을 테니 말이다. 『구약성경 패스파인더』가 바로 그런 틀을 — 성경을 이해하는 데 필요한 역사 • 지리적 배경과 더불어 손에 잡힐 듯 생생한 시공의 틀에서 사건과 인물을 조명 — 제시한다.
이 책의 전제는 ‘성경 연구는 증거가 뒷받침돼야 한다.’는 생각을 버리는 데서 출발한다. 성경은 유대교와 기독교 및 서양 문화와는 뗄래야 뗄 수가 없다. 따라서 인류와 유대교 및 기독교 문화에서 성경을 배제한다면 그들의 근간은 물론이거니와 그 의미도 대부분 퇴색되고 말 것이다. 즉, 성경은 증거에 관계없이 반드시 연구해야 한다는 얘기다.

성경은 연구 방법도 그렇지만 사람마다 이를 이해하는 수준도 같을 수는 없다. 게다가 개인의 신앙과 가치관 역시 천차만별이나 성경은 시종일관 단호한 입장을 굳게 지켜왔다. 필자는 그런 신념으로 이 책을 집필했다.

성경 구절은 일부러 오래된 번역본을 — 킹 제임스 버전(the King James Version) — 인용했으며 현대판 번역 성경은 참고하지 않았다. 킹 제임스 역본은 영국의 대문호인 셰익스피어가 활동했던 17세기 초에 학자들이 완성했는데 고풍스런 언어에서 히브리어 성경의 웅장함과 단조로움이 아울러 느껴진다. 히브리어 성경의 ‘향취(flavor)’를 맛볼 수 있는 역본이 킹 제임스 버전 말고는 없기에, 혹자는 “성경이 원래 영어로 쓰였더라면 바로 이랬을 것”이라고 이야기한다.
- 저자 서문 중에서

서문 •6

구약성경 •9
구약 개관 •12
고대 근동사 •24
고대 근동 민족과 지역 •29
구약 연대기 •35
족장 •37
족장의 아내 •39
출애굽에서 가나안 입성까지 •41
정복과 정착 •46
이스라엘 지파 •49
사사시대 •50
통일왕국 •54
이스라엘 왕국 •57
이스라엘 왕 •59
유다 왕국 •66
유다 왕 •67
선지자 •74
제사장, 레위인과 이스라엘 •80
성전이 무너지다 •82
다시 시온으로 •84

부록 A
히브리어 알파벳 •90
모음부호  •91

부록 B
유대인 달력 •95
유대인 절기 달력 •98